에드워드 애쉬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키17〉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대체 인간"이라는 기이한 설정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단순한 SF 스릴러가 아닌, 정체성과 복제의 경계를 묻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작 소설 『Mickey7』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주인공이 반복적으로 죽음과 재생을 겪으며 인간다운 선택을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봉준호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은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예리하게 전달하며,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윤리적 딜레마를 스크린 위에 선명하게 그려낸다.
▣ 미키17, 어떤 영화인가?
〈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SF 영화다. 원작은 에드워드 애쉬턴의 소설 『Mickey7』으로, 극한의 행성 개척지에서 죽음을 반복하면서 복제되는 존재, ‘미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키’는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라, 죽을 때마다 다음 번호로 재생되는 '소모품 인간'이다. 그는 개척 임무의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대신 죽고, 다시 살아나며 기억을 이어간다. 그런데 어느 날, 시스템 오류로 인해 ‘미키8’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미키7’도 생존하게 되면서, 하나의 몸과 정체성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시작된다. 이 설정은 단순한 클론이나 복제인간이 아니라, 존재의 복제와 기억의 연속성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 이번에도 통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설국열차>, <옥자> 등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감독이다. 이번 〈미키17〉에서도 그의 독창적이고 세밀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단순한 우주 탐사물이 아닌 인간 심리의 균열과 도덕적 모순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당긴다. 특유의 블랙 유머와 풍자는 여전하며, 미키가 겪는 고통과 혼란을 통해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짚어낸다. 특히 복제된 자신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연출력은 그야말로 봉준호다운 연극적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또 한 번의 진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던 로버트 패틴슨은 최근 <더 배트맨>과 <TENET>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성장을 증명했다. 이번 〈미키17〉에서 그는 하나의 존재로서 끊임없이 죽고, 살아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는 미키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특히 두 명의 미키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겪는 갈등과 감정의 파동은 매우 섬세하게 그려졌다. 그의 연기는 단순히 SF적인 설정을 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나란 존재는 무엇으로 정의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 인간 복제와 윤리,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
〈미키17〉은 첨단 기술과 복제 기술이 일상화된 미래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윤리적 질문들을 직면하게 만든다. 복제된 인간이 ‘진짜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 복제는 단지 기억과 몸의 복사일까, 아니면 새로운 자아의 탄생일까? 이 영화는 그러한 질문을 줄곧 던진다. 특히 미키7과 미키8의 공존은 "기억의 연속성 = 자아"라는 개념에 대해 관객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딜레마를 철학적으로 풀기보다는 인간적 감정과 이야기 속 갈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이 점에서 영화는 이론보다 경험에 가까운 방식으로 주제를 전달한다.
▣ 영화 속 명대사와 그 의미
“내가 진짜인지, 네가 진짜인지,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 주제를 함축한다. 자아의 기준이 기억인지, 육체인지, 사회적 인식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복제라는 논쟁을 넘어 존재 그 자체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 대사는 단순히 설정에 갇힌 논쟁을 넘어서, 모든 존재의 의미와 현재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 마무리 – SF를 통해 인간을 묻는 영화
〈미키17〉은 흥미로운 SF 설정을 통해 인간의 존재, 복제, 기억,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풀어낸 작품이다. 액션과 스릴이 공존하는 동시에, 봉준호 감독 특유의 인간적인 연출이 더해져, 단순한 미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곱씹게 만든다. 복잡하지만 인간적인 이야기, 그리고 철학적 질문을 품은 이 영화는 SF 장르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