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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 진짜 쿠데타, 진짜 목숨 건 저항

by tomasjin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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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 포스터

📌 디스토리션: 우리는 왜 이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했는가

『서울의 봄』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간단히 한 줄로 배우고 넘겼던 ‘12·12 군사반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단순한 정치 사건이 아니라, 실제 총칼이 오가고 피와 분노가 오갔던 실질적인 ‘내부 쿠데타’였다는 점을 영화는 몸으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1980년의 광주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앞단에 존재했던 1979년 12월 12일의 밤을 모른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그 회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철저히 사실에 입각해 구성된 작품이다. 과장이나 미화 없이, 당시의 군 내부 긴장, 정권 탈취의 과정, 시민과 언론의 반응 등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드라마틱한 전개로 관객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서울에서 전쟁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만들며, 권력이 얼마나 빠르게 민의를 배신할 수 있는지를 생생히 증명한다.


🟥 사건 개요: 12·12 군사반란, 그날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있었나

1979년 10월 26일, 당시 대통령 박정희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암살된다. 정권은 혼란에 빠졌고, 권력 공백 상태가 발생한다. 이 틈을 타 12월 12일 밤,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자신이 속한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을 모아 쿠데타를 감행한다. 그는 육군참모총장 정승화를 체포하고, 군의 핵심 지휘권을 장악한다.

 

이 쿠데타는 전격적으로 벌어졌지만, 일부 장교들과 부대에서는 이에 저항했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수도경비사령부의 반격, 수도방위사령관 장태완 장군의 결단 등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들이다. 서울 시내 주요 거점이 탱크와 장갑차로 봉쇄되며, 도심에서 군 병력 간의 실질적인 교전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많은 국민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언론은 통제되었고, 라디오는 평온한 음악만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명백한 군사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는 단순한 정권 다툼이 아닌,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였다.

 

영화는 이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전두환의 권력 장악 전략, 하나회의 조직력, 그에 맞선 일부 군인들의 저항, 그리고 결국 실패한 민주주의 수호 시도까지. 12·12는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다.


🟨 캐릭터와 연기: 실존 인물을 극화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품격

『서울의 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실존 인물을 허구처럼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두환(영화 속 '전두광'), 정승화, 장태완 등 주요 인물들은 모두 역사적 실명 혹은 실명을 연상케 하는 이름으로 등장하며, 그들이 실제로 했던 발언과 행동을 거의 그대로 반영해 구성되었다. 특히 정우성이 연기한 장태완 장군은 영화 전체의 양심이자 중심이다.

 

정우성은 단순한 군인의 모습을 넘어,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사람’으로 장태완을 표현한다. 극 중 장태완은 전두환의 계략을 끝까지 저지하려 하고, 군사 명령보다 헌법과 국민을 우선시한다. 실제 역사에서도 장태완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선택 대신, 끝까지 원칙과 명분으로 버틴다. 결국 체포되고, 군에서 내쫓기지만 그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군인다운 군인’으로 회자된다.

 

반면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전두환)은 전형적인 권력형 인물이다. 카리스마와 결단력, 그리고 권력욕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인물로, 황정민은 이를 압도적인 에너지로 표현해낸다. 특히 전두환 특유의 억양과 말투, 표정까지도 실감나게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실재감을 높인다.

영화는 인물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조연부터 장교, 병사까지도 ‘실제 존재했을 것 같은’ 디테일이 살아 있어, 단순한 픽션 영화가 아닌, 생생한 다큐멘터리 같은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 의미와 교훈: 우리는 왜 이 역사를 반복해서 기억해야 하는가

『서울의 봄』은 단지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화가 주는 진짜 메시지는 ‘민주주의는 한 번 얻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12·12 군사반란은 단순히 정권 찬탈로 끝난 게 아니라, 그 후 광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수많은 희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묻는다. “그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특히 정치적 혼란과 갈등이 반복되는 지금, 이 영화를 통해 역사를 다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또한 이 작품은 ‘영웅만이 역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원칙을 지킨 평범한 사람들’도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태완처럼 끝까지 항명한 사람이 있었기에, 역사의 한 쪽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