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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 거대한 우정을 그린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피스

by tomasjin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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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 포스터

‘옥자’는 단순한 동물 구조 영화가 아니다. 거대한 돼지 ‘슈퍼피그’ 옥자와 소녀 미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봉준호 감독은 자본주의, 생명윤리, 다국적 기업의 탐욕 등 다양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눈물과 웃음, 풍자와 메시지를 모두 담은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묻는다.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된 미자의 용기 있는 여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1. 줄거리 : 미자와 옥자의 특별한 우정이 시작되다

영화는 한국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된다. 어린 소녀 미자는 할아버지와 함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다름 아닌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 ‘옥자’. 이 돼지는 다국적 기업 미란도에서 지구 환경 보호와 식량 혁신을 명분으로 개발한 실험체다. 하지만 미자에게 옥자는 그런 거창한 계획의 일부가 아닌, 그저 함께 숲을 걷고 낮잠을 자며 일상을 공유해온 ‘가족’이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약속된 시간이 지나자, 미란도는 옥자를 회수해 뉴욕에서 열릴 ‘슈퍼피그 콘테스트’의 홍보 모델로 활용하고자 한다. 순식간에 옥자를 잃어버린 미자는 서울을 거쳐 뉴욕까지 쫓아가며 옥자를 되찾으려 한다. 여정 속에서 그녀는 동물해방전선(ALF)이라는 급진적 단체와 손을 잡고, 다국적 자본이 가려온 잔혹한 진실과 맞서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구출극이 아니다. 소녀 한 명이 거대한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감정적이고 철학적인 투쟁이다.


2. 캐릭터 분석 : 미자와 옥자,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

미자는 많은 대사를 하지 않지만, 그 어떤 말보다 강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도시 문명과 떨어져 자라온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글로벌 기업의 정치적 술수와 폭력에 굴하지 않는다. 그녀는 옥자를 되찾기 위해 경찰서에서 도망치고, 도시의 도로를 질주하며,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무대 위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미자의 강인함은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닌, 누군가를 진심으로 지키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본능으로부터 나온다.

 

옥자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다. 미자가 위험에 처했을 때 울부짖고, 슬퍼하고, 때론 포기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CGI 기술을 활용해 단지 시각적 신기함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에 감정을 입힌다. 그 결과, 관객은 옥자에게 깊은 정서적 유대를 느끼게 된다.

 

그 외에도 CEO 루시 미란도는 위선적인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앞세우면서 실상은 극도의 탐욕을 품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ALF의 리더 제이는 이상을 외치지만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며 내면의 갈등을 드러낸다. 이러한 다면적인 캐릭터들은 영화가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를 지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봉준호식 풍자와 장르 파괴 – 옥자의 연출적 매력

봉준호 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로 유명하다. ‘옥자’ 또한 동화 같은 시골 마을 풍경에서 시작해 사회 고발 스릴러로 전환되는 독특한 전개 방식을 가진다.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평화로움을 상징하고, 도시로 갈수록 점점 차갑고 무자비한 세계가 드러난다. 이러한 공간의 대비는 연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펼쳐지는 추격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박진감 넘친다. 미자가 교통량 많은 도심에서 옥자와 재회하려는 장면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과 동물이 얼마나 엇갈리는 존재인지 보여준다. 뉴욕에서의 장면들은 냉정하고 계산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도축장 신에서는 현실의 고통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이렇듯 봉준호 감독은 장르적 실험과 더불어 사회적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는 관객을 일방적으로 몰입시키는 대신, 때때로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봉준호식 풍자’의 힘이다.


4. 영화 속 메시지 : 생명과 소비, 우리가 외면한 진실

‘옥자’는 소비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고기 뒤에 어떤 과정이 숨겨져 있는지를 영화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도축장의 모습은 현실적인 디테일로 묘사되어, 영화적 판타지를 넘어서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온다. 많은 관객이 이 장면에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불편함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채식주의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무지한 소비’에 대한 반성과 의문을 던진다. 우리는 식탁 위 고기의 맛만을 생각하지, 그 고기가 어디서 왔고, 어떤 생명이었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 무관심이 자본주의의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한 소녀가 그 무관심의 벽을 깨뜨리고 행동으로 옮겼을 때, 세상이 얼마나 크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5. 명장면과 명대사 : 울음과 웃음 사이의 감정선

‘옥자’의 감정선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웃음과 슬픔, 공포와 희망이 섞인 장면들이 계속해서 교차된다. 서울 명동에서 미자와 옥자가 재회하는 장면은 눈물과 함께 작은 환희를 선사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 장면은 CG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정서적 진정성이 강하다.

 

“Please don’t kill her.”
이 한마디는 영화 전체의 주제를 압축한 대사다. 언어를 초월한 감정의 호소이자, 인간성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최후의 외침이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미자가 돼지 새끼 한 마리를 옥자와 함께 데리고 나오는 순간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지만, 한 생명을 구하는 선택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옥자’는 감동적인 한 편의 모험영화처럼 시작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외면하며 살고 있는가?” 봉준호 감독은 미자라는 작은 존재를 통해 우리가 무관심하게 소비하는 세계의 이면을 폭로한다. 이 영화는 인간과 동물, 소비와 생명, 기업과 윤리 사이에 놓인 복잡한 문제들을 거대한 돼지와 작은 소녀의 여정을 통해 섬세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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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