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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1987 > : 진실을 위해 나선 이름 없는 영웅들(줄거리,결말 포함)

by tomasjin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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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1987 > : 포스터

1987년의 시대적 디스토리션과 영화의 역사적 의미

1987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진정한 시작점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진실이 권력에 의해 감춰지고 왜곡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 <1987>은 이 왜곡의 본질, 즉 ‘디스토리션’을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는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은폐된 진실을 끄집어내어 현재에 되묻고자 하는 기록이다.

 

고문치사 사건으로 알려진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당시 정부의 비밀주의적 통치 방식의 일면을 드러낸다. 경찰은 그를 물고문으로 죽였음에도 심장마비로 위장했으며, 검찰과 언론은 이를 묵인하거나 외면했다. 체제 유지라는 이름 아래 진실은 조직적으로 삭제되었고, 정의는 침묵을 강요당했다.

 

이러한 디스토리션은 단순한 은폐가 아닌, 체계적인 구조 속에서 발생한 사회적 합작이었다. 경찰은 거짓을 생산했고, 언론은 침묵했고, 국가는 외면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침묵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개인들의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검사 최환은 외압을 뚫고 사망 진실을 수사하며, 교도관 한병용은 위험을 무릅쓰고 증거 문서를 외부로 전달한다. 기자는 정권의 검열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보도하려 애쓰고, 평범한 시민들도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다.

 

감독 장준환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거의 왜곡을 복원하려 한다. 그는 단순한 추억이나 재현을 넘어, ‘기억의 정치’를 관객에게 요구한다. 그가 말하는 기억은 감성적 향수나 슬픔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사회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회복해야 할 진실이다.

 

1987년이라는 해가 단지 ‘6월 항쟁’으로 기억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해는 진실이 억압당한 시대였고, 동시에 그 진실을 복원하고자 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섰던 시간이었다. 이 영화는 그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가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고문치사 사건에서 6월 항쟁까지, 영화가 보여준 진실의 흐름

영화 <1987>은 한 명의 젊은 대학생이 목숨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전환점을 만든 6월 항쟁까지의 과정을 촘촘하게 따라간다. 줄거리는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에 머무르지 않고, 그 죽음이 사회 전반에 던진 파문과 그로 인해 각성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따라간다.

 

1987년 1월,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은 경찰에 연행된다. 그는 당시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활동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던 중,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잔혹한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하게 된다. 경찰은 그의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하지만, 사망 당시의 증거와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이를 부정하기 시작한다.

 

사건의 책임자인 경찰 간부 박처장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진실을 묻으려 한다. 그러나 서울지검 공안부의 검사 최환은 이 사건이 단순한 고문치사가 아니라 체계적인 폭력과 은폐의 일환임을 직감하고, 외압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강행하며 정면으로 맞선다. 그의 이러한 판단은 내부적으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는 법과 정의를 저버리지 않는다.

 

한편, 교도소 내에서는 박종철 고문 과정에서의 보고 문서를 몰래 숨긴 교도관 한병용이 등장한다. 그는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진실을 세상 밖으로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서류를 외부로 전달한다. 이 과정은 매우 조심스럽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으며, 그의 선택은 결국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

 

이와 동시에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 윤상삼도 등장한다. 그는 고된 취재와 언론 검열 속에서도 진실의 단서를 좇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연대하여 세상에 사건을 폭로하려 한다. 이들의 노력은 마침내 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지고, 전국적으로 분노가 번져 나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진실의 확산 과정은 정치에 무관심하던 평범한 시민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영화 속 여대생 연희는 처음에는 사건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지만, 점차 진실의 무게를 느끼고 변화를 겪는다. 그녀는 삼촌인 한병용의 행동을 계기로 이 거대한 사회 흐름 속에 참여하게 되며, 개인이 어떻게 주체가 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6월 항쟁으로 이어진다.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전국적으로 커지고,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영화는 그 역사적 장면을 거대한 광장과 시위 장면으로 압도적으로 재현하며, 마침내 6.29 선언이라는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줄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되지만, 각 인물의 감정선과 선택이 유기적으로 얽히면서 극적인 힘을 잃지 않는다. 단순한 정의구현 스토리를 넘어서, 이 영화는 개개인의 용기와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1987>의 줄거리는 단선적이지 않다. 수많은 인물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행동하며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 모든 점들이 모여 결국 한 줄기 민주주의의 강물로 이어진다. 이 영화는 우리가 역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며, 과거의 진실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영화가 말하는 진실, 연대, 기억의 주제와 감독의 메시지

영화 <1987>은 단순히 ‘실화 기반의 시대극’으로 정의되기엔 그 깊이가 훨씬 더 넓고 무겁다. 이 작품이 전하는 핵심 주제는 ‘진실’, ‘연대’, ‘기억’이라는 세 단어로 정리된다. 각각의 키워드는 당시 사회를 지배하던 거짓과 폭력, 침묵에 대한 정면 돌파이자, 지금의 관객에게 보내는 시대적 경고장이기도 하다.

 

첫 번째 주제는 ‘진실의 힘’이다. 영화는 권력이 숨기려는 진실이 어떻게 작은 틈을 통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지를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박종철 고문치사라는 사건은 처음엔 단순한 심장마비로 발표됐지만, 담당 의사와 검사의 양심, 기자의 탐사, 교도관의 행동이 이어지면서 감춰졌던 진실이 점차 표면 위로 드러난다. 진실은 아무리 은폐되어도 반드시 드러나며, 이를 지켜내는 것은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각 개인의 신념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강조한다.

 

두 번째 주제는 ‘연대의 중요성’이다. <1987>에는 거대한 영웅은 없다. 대신 자기 위치에서 작지만 결정적인 용기를 낸 인물들이 등장한다. 검사, 기자, 교도관, 신부, 대학생 등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공통된 가치인 정의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행동한다. 그들은 모두 함께 모여 싸우진 않았지만, 각각의 작은 연대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항쟁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변화는 영웅 한 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전달한다.

 

세 번째 주제는 ‘기억의 윤리’다. 영화는 1987년에 벌어진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사건을 지금 왜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장준환 감독은 과거를 현재에 끌어오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설계했고, 이를 통해 관객이 단순히 감동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의 현재를 돌아보도록 만든다. 진실이 잊히는 순간, 그 진실을 왜곡하려 했던 세력은 다시 힘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오늘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정치적 행위라는 점을 이 영화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또한, 감독은 연출적 기교보다는 사건 자체의 진실성에 집중한다. 과도한 감정선이나 음악적 장치를 배제하고, 사실에 가까운 전개를 통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그로 인해 이 영화는 감성적인 감동을 강요하지 않지만, 오히려 더 큰 감정의 울림을 남긴다. 이는 감정보다 사실, 연출보다 기억에 집중한 감독의 뚜렷한 의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와도 깊은 연결고리를 가진다. 1987년의 진실은 과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언론, 오늘의 공권력, 오늘의 시민들도 여전히 같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 영화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넌지시 전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화 <1987>은 시대를 뛰어넘는 주제를 관객에게 건네며, 단지 ‘그때 그랬지’라고 회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만든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그것을 지켜낸 사람들의 기억은 단절되어선 안 되며, 우리는 그것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그때의 연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평범함 속에 빛난 용기, 인물들이 만들어낸 연대의 얼굴들

영화 <1987>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인물들에 있다. 누구 하나 드라마틱한 영웅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현실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었고, 그래서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사건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사람들, 그들의 연대가 결국 세상을 움직였다는 사실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먼저 검찰 공안부의 검사 최환(하정우 분)은 타협하지 않는 원칙형 인물이다. 상부의 지시대로 사망자를 화장 처리하고 덮어버리면 간단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신을 지키고 부검을 지시하면서 진실을 보호하려 한 그의 선택은 권력 앞에서 양심이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 보여준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태도는 관객에게 깊은 신뢰를 준다.

 

한병용(유해진 분)은 그와는 조금 다른 인물이다. 그는 교도소라는 시스템 속에서 묵묵히 일하며 자신의 일만 하고자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건과 증거 앞에서 망설이고 흔들리다가 결국 용기를 낸다. 직접적인 이익도 없고,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가 문서를 전달하는 모습은 단순한 결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 끝에 나온 용기였다. 관객은 이 인물을 통해 ‘보통 사람’도 변할 수 있고, 중요한 순간에는 행동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된다.

 

윤상삼 기자(이희준 분)는 자유 언론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인물이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언제 기사가 막힐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도 집요하게 진실을 좇는다. 그가 보여주는 끈기와 책임감은 기자라는 직업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큰 축은 정의구현사제단이다. 영화에서는 특정 인물보다 그 집단 자체의 신념과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을 넘어, 사회적 정의를 위한 실천에 나선다. 특히 사제단이 기자회견을 통해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하는 장면은 영화의 전환점이자, 진실이 공론화되는 결정적 순간이다.

 

그리고 끝으로, 많은 관객에게 가장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이 있다. 바로 여대생 연희(김태리 분)다. 연희는 처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외면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족, 친구, 사회 속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마침내 거리로 나선다. 그 변화는 작지만 강렬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관객은 자신을 이입하게 된다. 나도 저럴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저랬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1987>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진실을 향해 다가선다. 서로를 알지 못한 채 움직였지만, 그들의 선택은 하나의 흐름이 되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 영화는 이들을 통해 거대한 혁명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고 평범한 용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조용히 전한다.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서 우리는 진짜 울림을 듣게 된다.

침묵을 깨고 나아간 사람들, 끝나지 않은 여운과 우리의 몫

영화 <1987>의 마지막 장면은 단순한 엔딩이 아니다. 그것은 이 영화 전체가 달려온 시간의 축적이자, 현실과 맞닿아 있는 하나의 질문처럼 다가온다. 군중이 모인 광장에서 깃발이 흔들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화면에는 대사 한 마디 없이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얼굴들이 이어진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어떤 전투 장면보다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연희가 친구의 손을 잡고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녀는 특별한 인물이 아니다.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용기를 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주변의 진실을 보고, 가까운 사람들의 선택을 지켜보며 결국 자신의 자리에서 행동하게 된다. 그 한 걸음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1987>은 한 명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다. 하지만 결말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이어진다. 박종철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이 아닌,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분노로 번졌고, 그 분노는 행동이 되었다. 누군가는 증언했고, 누군가는 폭로했고, 누군가는 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그 모든 목소리는 6월 항쟁이라는 거대한 물결로 이어졌다.

 

이 영화는 승리의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제된 톤으로, 관객이 조용히 그 시간들을 곱씹게 만든다. 그렇게 결말은 큰 소리 대신 긴 여운을 남긴다.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아도, 관객의 마음은 어느새 무거워지고, 눈빛은 깊어진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 나는,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영화는 어떤 정답도 제시하지 않지만, 그 질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이야기의 끝은 현실을 향한 닫힌 문이 아니라 열린 창 같다. 지금도 여전히 진실은 가려지고, 권력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감추려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영화는 직접 묻지 않지만, 관객이 마주한 역사적 사실은 이미 충분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1987>은 ‘과거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며, 앞으로를 위해 되새겨야 할 사건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말한다. 누군가의 용기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하다고.

마지막 장면에서 울리는 함성, 하늘을 가로지르는 현수막, 그 속에 선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 영화는 그 장면을 통해 말없이 외친다. "이 역사는 당신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말은 화면이 꺼진 후에도 마음 깊이 남아, 조용히 생각하게 만든다.


1987년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결정적 순간을 그린 영화 <1987>.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항쟁까지, 진실을 밝히려 한 이들의 용기와 연대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