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3 영화 <봄날은 간다> :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사랑을 배워가는 남자 사랑은 어떻게 다가오고, 또 어떻게 멀어질까요? 영화 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리게 스며드는 감정’을 따스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감정을 격렬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관객은 잔잔한 대사와 자연의 사운드 속에서 서서히 마음을 빼앗기게 되지요. 오늘은 그 봄날을 다시 꺼내어, 조용히 다시 읽어봅니다.1. 줄거리 : 사랑은 늘 같은 계절에 머물지 않는다유지태가 연기한 상우는 다큐멘터리 사운드 엔지니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수집하며, 들리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여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지요. 그런 그의 인생에, 어느 날 봄바람처럼 다가온 이가 있었으니—라디오 PD인 은수입니다. 함께 녹음 여행을 다니며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미세한 진동처럼 마음을 두드립니다. “라면 먹을.. 2025. 4. 1. 영화 <올드보이> : 미장센과 서스펜스의 걸작, 결말 해석과 복수의 아이러니 『올드보이』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겉으로는 한 남자의 기이한 감금과 그에 따른 복수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감정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심리극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에서 복수를 통해 쾌감을 주는 대신, 복수가 만들어내는 비극과 자기파괴의 과정을 차갑게 펼쳐놓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잔인하고 불쾌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지녔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남아있는 감정은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감정의 혼란에서 오는 여운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기억, 죄책감이 어떻게 서로 얽혀 파국을 만드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올드보이』는 그 어떤 장르적 틀보다 깊은 감정의 충돌을 다룬 작품이며, 우리에게 묻.. 2025. 3. 17. 영화 <사바하> : 종교와 스릴러에 관심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영화 『사바하』는 단순한 종교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다. 이 작품은 믿음이라는 인간의 내면적 구조를 해체하고, 그것이 언제든 맹목이 될 수 있음을 정면으로 경고한다. 누군가는 구원을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믿음을 이용해 타인의 생을 조종하고 파괴한다. 감독 장재현은 『검은 사제들』에 이어 또 한 번 종교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현실의 경계선을 무너뜨린다. 이 영화는 기독교나 불교 같은 특정 종교를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 그 자체가 아니라, 종교를 통해 스스로를 신이라 믿는 이들의 '자의적 해석'이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사바하』는 어쩌면, 우리가 믿는 신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이 만든 신'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 지점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 2025. 3.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