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6 영화 < 브루클린 > : 두 도시 사이, 한 여자의 마음 (줄거리 결말 포함) 떠난다는 것, 머문다는 것영화 은 겉으로 보기엔 한 여자의 이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평생 마주해야 할 정체성과 선택에 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단순히 나라를 옮기고 도시를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에 속할 것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주인공 엘리스가 떠난 건 단지 고향 아일랜드가 아니라, 익숙했던 삶 전체이며, 그가 도착한 브루클린은 미지의 가능성과 동시에 커다란 외로움이 기다리는 곳이었다. 관객은 엘리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성장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리고 다시 고향과 마주했을 때의 복잡한 감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1950년대의 아일랜드와 브루클린은 그 자체로 대비되는 공간이지만, 더 본질적인 차이는 엘리스의 마음속에서 생긴다. 고향은 가족과 기억이.. 2025. 5. 29. 영화 < 야당 > : 거래는 시작됐고, 총구는 어디든 향한다 (줄거리, 결말 인물분석 포함) 디스토리션 – 권력과 거래의 회색지대, 그 안에 선 인간들은 한국 영화가 자주 다뤄온 ‘범죄’라는 소재를 단순한 형사물이나 느와르 장르의 틀에서 꺼내와, 보다 복합적인 인간 군상과 사회 구조의 충돌을 조명한다. 영화 속 ‘야당’은 특정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 법과 범죄가 맞닿는 경계 지점이자, 국가라는 이름 아래 움직이는 거대한 범죄 생태계의 상징이다. 이곳에서는 선도 악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인물이 회색 영역을 통과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 경계선 위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각각 다른 입장에서 범죄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는 마약 브로커로, 누군가는 검사의 탈을 쓴 협잡꾼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수사라는 이름의 정의를 실행하는 .. 2025. 5. 29. 영화 < 존카터 > : 화성에서 깨어난 전사, 존 카터의 운명을 건 모험 (줄거리, 결말 포함) 디스토리션 – 고전에서 SF 블록버스터로 재탄생한 전사의 여정1912년에 발표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소설 『화성의 프린세스』는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인류의 확장 욕망과 문명의 충돌을 고대 신화처럼 묘사한 고전이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대중의 우주에 대한 동경과, 서부 개척 서사와의 접점을 통해 SF 장르의 초석을 다졌다. 영화 는 이 원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디즈니가 야심차게 기획한 블록버스터로, 100년 전 상상한 ‘화성(Mars)’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21세기의 기술로 시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우주 판타지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존 카터는 내전의 상흔을 안고 있는 지구인으로서, 정복자와 구원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정체성을 묻는다. 그는 본래 속한 세상에서.. 2025. 5. 28. 영화 < 독재자 > :독재자도 웃긴다 – 풍자와 웃음의 극한을 넘나드는 영화(줄거리 결말 포함) 권력을 비웃는 코미디, 현실을 조롱하는 풍자영화 는 겉보기에는 유치하고 자극적인 유머가 넘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의 본질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현대 정치 구조를 조롱하는 날카로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영화는 허구의 국가 '와디야'의 독재자 알라딘 장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가 미국 뉴욕에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세운 세계 질서에 은근한 반문을 던진다. 사샤 바론 코언 특유의 도발적인 연기와 연출은 단순한 웃음 너머의 의도를 품고 있다. 관객이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그 웃음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예컨대 알라딘 장군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지르는 일들은 황당하지만, 현실 속 독재자들이 실제로 저지른.. 2025. 5. 26. 영화 < 덤 엔 더머 > : 멍청해서 더 웃겼던 두 남자의 황당한 여행 (줄거리 결말 포함) 세상을 웃게 한 진심, 덤한 두 남자의 순수함은 엉뚱한 유머와 어리숙한 행동으로 가득한 영화지만, 그 내면에는 진심 어린 순수함이 흐르고 있다. 로이드와 해리, 이 두 남자는 어딘가 모자란 듯한 사고방식과 어설픈 판단력으로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는 이기심보다 진심에 가깝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모자람’이 사람을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관객은 단순히 그들을 비웃기보다, 점차 응원하게 되고, 엉뚱하지만 진심인 이들의 여정에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90년대 중반 미국 사회는 합리성과 실용주의가 강조되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는 무모하고 비논리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오히려 사람 사이의 감정적 유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설한다. .. 2025. 5. 25. 영화 <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 궁전 속 욕망의 체스게임 욕망과 생존의 경계에서, 궁정은 전장이 된다《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표면적으로는 18세기 영국 궁정을 무대로 한 시대극이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정치극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역사의 이면에 가려진 인간의 감정과 권력의 민낯을 드러내며, 그 안에 숨겨진 심리 게임을 치밀하게 설계한다. 앤 여왕, 사라 제닝스, 애비게일 힐. 이 세 인물의 관계는 단순한 경쟁도, 일방적인 주종도 아니다. 감정과 계산, 사랑과 위선이 교차하며, 관객은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모호함 속에 놓인다. 이 영화의 핵심은 누가 승자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권력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파열음과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 어떻게 충돌하고 붕괴되는지를 관찰하.. 2025. 5. 22. 이전 1 ··· 4 5 6 7 8 9 10 다음